AHN JONGSUNG안종성

사냥철 — 안종성

AHN JONGSUNG · 안종성

사냥철 · 현대문학 · 202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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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철

전시장 유리 너머 왼쪽 아래에 놓인 갈색 가죽 가방
사냥철 · 전시장
도슨은 출근길에 소유인 불명의 사냥 가방을 발견했다. 고풍스러운 풀 그레인 가죽, 그리고 탈착식 벨트가 둘러진 그 가방은 누가 봐도 이상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한낮의 전시장 입구 한구석에 비스듬히 놓인 채, 지나다니는 인파와 무관하다는 듯 정지된 모습으로 도슨의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300파운드가 넘는 사냥감을 담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단단해 보였다. 투박한 디자인의 패브릭 원단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사냥 가방과 달리, 외관은 브리프 케이스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보스턴백 같은 묵중한 무게감이 돋보였다. 전문 사냥꾼이라면 그 매력적인 가방의 속을 채워 넣기 위해 훌륭한 사냥감을 잡아 올 것이 분명하다. 대개 쓰러트린 사냥감은 곧바로 숨통을 끊지 않고 손질할 준비를 한다. 무게를 줄일 뿐 아니라 피 냄새까지 잡을 수 있도록.
02 / 03

숲과 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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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뿌리 사이에서 낮게 바라본 숲길숲길과 뿌리의 배치를 높은 시점에서 비껴 내려다본 모습

사냥철 · 도슨의 추측

이런,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야. 나는 저기 안에 잘 수습한 짐승의 사체가 있을 거라 추측했지. 그것도 사냥으로 잡은 것.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사냥을 하냐고 되묻겠지만 분명 대단한 양반들일 거야. 사냥꾼은 뭐든 다 알고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 그들은 사냥감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은신하며 다니지. 그들은 야생의 전문가야. 사냥감 습성이 어떤지, 성격과 본능이 어떤지 시시콜콜 알고 있어. 사냥감의 생명은 사냥꾼 손바닥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왜냐고? 숲 곳곳에 트랩이 숨겨져 있는데 무슨 수로 피하겠어? 손에 있는 정맥처럼, 사냥꾼이 설치해둔 트랩이 지중에 산재해 있지. 어쩌면 이 가방의 주인은 꽤 비싼 가방에 직접 잡은 짐승을 넣어둔 다음 그것을 발견한 타인의 반응을 즐기는 양반일 수도 있겠군.
03 / 03

사냥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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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은 짐승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사냥꾼의 뒤를 따라가며 진정 하드보일드한 뒤태라고 도슨은 생각했다. 어떤 영화나 게임 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짐승의 두꺼운 가죽을 베고 급소를 노리는 손길. 그것을 홀로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슨에게 쾌감을 일으켰다. 일본도와 다르게 목표에 바짝 붙어야 하는 단검은 사냥꾼을 전보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그 때문에 도슨은 사냥꾼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냥꾼이 짐승에게 덤벼들자, 위기를 감지한 짐승은 괴성을 지르며 커다란 앞발로 그를 움켜잡은 뒤 함께 나뒹굴었다. 짐승과 사냥꾼. 그 둘은 마치 격렬한 춤을 추는 파트너처럼 보였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서로의 호흡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듯이 최소한의 걸음으로 다가섰다가 다시 물러났다. 그리고 몇 번의 뒤엉킴을 반복하며 숲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대상은 서로를 구분하기 힘들 만큼 얽혀 있었다.
파소도블레처럼. 8분의 6박자 촘촘한 템포로 맞부딪혔다. 자유로운 도슨의 눈은 그들의 육체를 휘감으며 곡예비행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커다란 갈색 사냥 가방, 가운데 지퍼가 닫힌 모습
세 발췌를 원문으로 읽기

사냥철

안종성

단편소설

현대문학
2025년 6월호

작가가 고른 세 발췌
발췌 01
도슨은 출근길에 소유인 불명의 사냥 가방을 발견했다. 고풍스러운 풀 그레인 가죽, 그리고 탈착식 벨트가 둘러진 그 가방은 누가 봐도 이상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한낮의 전시장 입구 한구석에 비스듬히 놓인 채, 지나다니는 인파와 무관하다는 듯 정지된 모습으로 도슨의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300파운드가 넘는 사냥감을 담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단단해 보였다. 투박한 디자인의 패브릭 원단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사냥 가방과 달리, 외관은 브리프 케이스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보스턴백 같은 묵중한 무게감이 돋보였다. 전문 사냥꾼이라면 그 매력적인 가방의 속을 채워 넣기 위해 훌륭한 사냥감을 잡아 올 것이 분명하다. 대개 쓰러트린 사냥감은 곧바로 숨통을 끊지 않고 손질할 준비를 한다. 무게를 줄일 뿐 아니라 피 냄새까지 잡을 수 있도록.
도입으로 돌아가기
발췌 02
이런,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야. 나는 저기 안에 잘 수습한 짐승의 사체가 있을 거라 추측했지. 그것도 사냥으로 잡은 것.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사냥을 하냐고 되묻겠지만 분명 대단한 양반들일 거야. 사냥꾼은 뭐든 다 알고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 그들은 사냥감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은신하며 다니지. 그들은 야생의 전문가야. 사냥감 습성이 어떤지, 성격과 본능이 어떤지 시시콜콜 알고 있어. 사냥감의 생명은 사냥꾼 손바닥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왜냐고? 숲 곳곳에 트랩이 숨겨져 있는데 무슨 수로 피하겠어? 손에 있는 정맥처럼, 사냥꾼이 설치해둔 트랩이 지중에 산재해 있지. 어쩌면 이 가방의 주인은 꽤 비싼 가방에 직접 잡은 짐승을 넣어둔 다음 그것을 발견한 타인의 반응을 즐기는 양반일 수도 있겠군.
숲과 트랩으로 돌아가기
발췌 03
사냥꾼은 짐승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사냥꾼의 뒤를 따라가며 진정 하드보일드한 뒤태라고 도슨은 생각했다. 어떤 영화나 게임 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짐승의 두꺼운 가죽을 베고 급소를 노리는 손길. 그것을 홀로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슨에게 쾌감을 일으켰다. 일본도와 다르게 목표에 바짝 붙어야 하는 단검은 사냥꾼을 전보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그 때문에 도슨은 사냥꾼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냥꾼이 짐승에게 덤벼들자, 위기를 감지한 짐승은 괴성을 지르며 커다란 앞발로 그를 움켜잡은 뒤 함께 나뒹굴었다. 짐승과 사냥꾼. 그 둘은 마치 격렬한 춤을 추는 파트너처럼 보였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서로의 호흡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듯이 최소한의 걸음으로 다가섰다가 다시 물러났다. 그리고 몇 번의 뒤엉킴을 반복하며 숲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대상은 서로를 구분하기 힘들 만큼 얽혀 있었다. 파소도블레처럼. 8분의 6박자 촘촘한 템포로 맞부딪혔다. 자유로운 도슨의 눈은 그들의 육체를 휘감으며 곡예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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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정보

안종성

202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습니다.

작가 소개